초록 |
꽃잎 하나를 떼어냈다. 시든 이파리 끝이 말려 있다. 우울해 보이던 꽃이 금방 환하게 웃고 있다.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면 식탁에 한두 송이의 꽃이 꽂혀 있다. 그 아름다움을 탐내면서도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. 날마다 끼니 챙겨 먹는 것도 동동거려야 하는 생활에서 꽃까지 신경 쓰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. 잠깐 꽃꽂이를 배웠을 때, 수반에 꽂아 놓은 꽃들이 시들면 뒤처리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. 어쩌다 치울 시기를 놓치기라도 하면 향내나던 자리에서 나는 악취는 더 심했다. 뿐만 아니다. 빠듯한 생활비를 쪼개야 하는 소시민에겐 늘 아름다운 꽃꽂이를 유지한다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. 이 핑계 저 핑계로 침봉엔 녹만 슬었다.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