초록 |
옛날부터 시골에서는 가을에 감을 따들일 때, 가지 맨 끝에 감 한두 개를 남겨 두는 풍습이 있다. 이 감을 까치밥이라 한다. 이 까치밥이 단풍이 든 잎새와 함께 달려 있을 때에는 그저 무심코 남겨진 한 개의 감일 뿐이다. 사람의 눈길에 별로 띄지도 않는다. 그러나 가을갈이가 끝나고 서리를 맞혀 온 무, 배추도 거둬들이고 볏가리를 쌓아 뒀던 뜨락에 감나무 그림자가 싸늘하게 깔려질 무렵이 되면, 어느 새 까치밥은 앙상한 가지 끝에 외롭게 매달려서 향수처럼 빨갛게 익어 있는 것이다. |